엄마 생각

"요새는 즐거운 일이라곤 하나도 없이 힘들어 죽겠다. 너 그러고 있고, 니 오빠도 이제 직장도 없이 그러고 있을거 생각하면 살 맛이 안나"


듣고 생각했다.
자식에게 일어나는 일이 곧 당신 인생 자체가 되어버린 엄마 인생이 참 안쓰럽고 위험하다고. 나는 자식을 낳아본 적이 없어서 원래 다 그런건지 그럴 수 밖에 없는건지 우리 부모가 유별난건지 아직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런거 좀 위험한거 아닌가.

둘 다 서른을 넘긴 자식들이 살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의 경우의 수가 얼마나 많은데.
직장을 그만 둘 수도 있고 갑자기 1년동안 세계일주를 떠날 수도 있고 결혼을 안할 수도 있고 했다가 이혼을 할 수도 있고 출가하여 스님이 될 수도 있고 성 정체성을 재발견할 수도 있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 인류에 공헌할 수도 있고 탄 비행기가 하이잭 될 수도 있고 대마초 피다 걸릴 수도 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협정을 이끌어낼 수도 있고 그런다고 하다가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고 사실은 이게 다 트루먼쇼여서 엄마가 낳은 자식이 아닌 걸수도 있는데 그런거에 일희일비하면서 엄마 인생 전체가 거기에 휘둘리면 이거 어디 힘들어서 살겠습니까.

가족으로서 부모님 걱정 하고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이 궁금하고 아프시면 마음 아프고 어디 놀러라도 가시면 괜히 내가 기분 좋고 그런건 나도 느껴봐서 아는데.. 그리고 나도 어짜피 그 가족에서 태어나고 길러졌으니 좀 과하다 싶게 부모님한테 일어나는 일에 내가 심하게 걱정되고 그런것도 아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요. 우리 엄마 위태위태하다고.


그래서 결론은 여자도 애기 낳고 직장으로 돌아가야한다? 아니면 애는 15살까지만 올인하자? 아무리 더럽고 불싸질러버리고 싶고 부조리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 침대에서 오징어 굽는 직장이라도 내가 스스로 내 인생의 주도권을 쥐고 살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아 뭐. 돈이 쓰고 죽기도 넘치는 상황이라면 직장 대신 취미생활..정도의 우아함도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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