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파면 기념



드디어 한시간 쯤 전 파면 선고가 발표되었다. 아침 사무실에 앉아 두근두근 조마조마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파.면.
지금 내 신분은 개인 SNS에 정치적 내용을 올리지 못하므로 뫅 뫅 뫅 이 기분을 어떻게 하지? 하다가 오래전 이글루스를 찾았다.



지난 1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느 순간에는 '길게 돌아서 내가 정말 하고 싶던 일을 찾았구나' 하던 시기도 있었다.


나는 분명 내가 아주 오랫동안 꿈꾸던 국제기구에 몸을 담고 일하고 있다.
그 꿈을 위해서 아주 갑자기 런던 생활을 중단했고, 서울로 귀국했으며, 남편도 고양이 츄이도 나를 따라 다 한국행을 단행했다.

8년동안 살고 일하던 런던을 떠나는 건 생각보다 훨씬 후련했다.
나는 내 부모와 형제, 오랜 친구가 가까이 있는 한국 생활 6개월만에 아주 큰 안정을 되찾았다.
동시에 내가 사회초년생 생활 2년만에 왜 한국에서 다시는 일하지 않겠노라 다짐했었는지 이유도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한국은 여성이 일하기 어려운 국가였다.
지금 몸담은 국제기구의 management의 90%는 여성이다.
한국은 여성 뿐만 아니라 나이든 사람이 일하기 어려운 국가였다.
지금 몸담은 국제기구의 management 또한 나보다 대부분 나이가 많다.
한국은 work and life balance 개념이 아직 잘 세워지지 않은 국가였다.
한국의 HR 시스템은 리더가 되는데 필요한 자질을 가꾸도록 management를 종용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그러므로 Management는 리더가 아닌 '보스'들이다.
그들은 일하기 어려운 국가에서 좋은 직장을 잡았고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당연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욕망과 또한 나의 욕망과, 일하기 어려운 국가를 만들어놓은 그간의 정치 상황과, 8년만에 두세 배로 뛴 물가와, 기구 안에서의 정치는 서울에 돌아온 나를 오랫동안 흔들어놓았다. 아직도 그렇다.


문재인이 당선되어 정권이 바뀌고 삼성의 헤드가 구속되어도 단기간에 서울의 업무환경이 스톡홀름, 오슬로를 따라잡을 수 있진 않을 것이다.
서울의 업무환경이 스톡홀름처럼 좋아지면 나는 100% 행복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스님이 자꾸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인생 최고의 행복은 마음이 편한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명예가 높아도 마음이 편치 않으면 행복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선 너무 욕심 내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직업적 성공에 욕심이 난다.
계속 고민해야겠다.




그래도 박근혜 전대통령의 민간인화는 축복이다.

오랫만에 가슴 터지게 기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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